디자인과 정보통신 기술로 사업 영역을 혁신하다 – 경영하는 디자이너 ‘우아한형제들’ 김봉진 대표
국내 배달음식 산업은 큰 규모에 비해 체계적이고 효율적인 시스템이 부족한 낙후된 시장입니다. 지난 1994년부터 전단지 광고가 생겨나서 20년 가까이 한번도 효과적이고 합리적인 시장으로 바뀌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김봉진 대표는 지난 2011년 전통적인 오프라인 전단지 시장을 디자인과 정보통신 기술을 활용해서 모바일로 옮기는 ‘사고’를 칩니다. 과거에 상상하지도 못했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이라는 최첨단 기술과 전혀 새로운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창의성으로 말이죠. 경영하는 디자이너의 새로운 사업 영역 개척기를 통해 우리가 가야 할 길에 대한 팁를 얻어보시기 바랍니다. C-:
경영하는 디자이너, 21세기 최첨단 전단지를 만들다
저는 ‘배달의 민족’을 ‘21세기 최첨단 전단지’로 소개하곤 하는데요. 왜냐하면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현재 내 주위에 어떤 음식점들이 있는지 알 수 있고, 그 매장의 메뉴는 무엇인지, 또 다녀간 사람들이 그 음식점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지 모두 확인한 후에 주문을 할 수 있도록 도와드리기 때문이에요.
그렇다고 처음부터 창업을 의도했던 건 아니에요. 스마트폰으로 간편하고 재미있게 음식을 배달해 먹을 수 있는 서비스가 있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앱을 만들게 됐어요. 생각보다 사업이 빠르게 커나가면서 현재 업소 등록 수는 약 12만개, 하루 평균 150여 개 업소가 신규 등록 중이고, 매월 평균 300만 건의 주문을 처리하고 있어요. 어쩌다보니 창업이 되어버린 케이스죠.
21세기에 만나는 최첨단 전단지! 배달의 민족 C-:
회사 이름을 정해야겠는데, 신사동호랑이나 용감한형제들을 패러디해서 ‘우아한형제들’로 작명을 하게 됐어요. 어떤 소명의식이나 큰 비전을 가지고 사업을 시작한 경우도 있겠지만, 자기 일을 계속 꾸준히 열심히 하다 보니까 창업이 된 케이스도 적지 않은 것 같아요.
사람이 살아가는 의미가 있는 것처럼, 기업도 法人이라는 단어를 보면 人을 쓰잖아요. ‘내가 왜 이 사업을 하게 됐지?’ ‘우리 사업은 어떤 사회적인 의미를 가질 수 있지?’에 대한 고민들을 하나하나 풀어나가고 있죠.
디자이너 출신 CEO가 아닌, 경영하는 디자이너로의 자기 역할을 해나아가겠다는 김봉진 대
저는 올해로 15년차 디자이너이고 앞으로도 디자이너로서 오랫동안 활동하고 싶어요. 지금 까지 디자인이라는 것은 부가적인 가치를 더해주는 역할이 컸지만 미래의 디자인은 세상이 가지고 있는 여러가지 문제들을 해결할 방법들을 찾아야 한다고 믿어요.
제가 머리도 빡빡 밀고 수염도 기르고 다니니까 많은 분들이 ‘디자이너 출신’ 경영자라서 뭔가 좀 다르다고 말씀하세요. 사람들이 결국에 가야 하는 종착역이 CEO는 아니잖아요. 디자이너는 디자이너로서 계속 성장할 수 있는 데 말이죠. 그래서 제 직함을 ‘경영하는 디자이너’로 스스로 지어봤어요.
가장 강력한 핵심역량, 근면성실함
사람이 살아가는 방식이 여러가지가 있죠. 빈틈없이 계획을 세우고 그대로 실천하며 살 수도 있고 어떤 경우에는 하루하루 충실하게 최선을 다하다 보니 좋은 기회들을 마주하기도 하죠. 저희는 후자에 가까워요. 지금 하고 있는 일을 정말 최선을 다해서 부지런히 열심히 착실한 마음가짐으로 임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기회들이 만들어질 수 있을 것 같아요.
기회라는 것이 사실 그것을 잡을 수 있는 사람에게만 유용한 것이잖아요. 아이디어가 있더라도 모든 것을 해낼 수 없는 것처럼 말이에요. 그래서 저희 회사는 일을 하는 것에 있어 기본 체력을 단단하게 다지는 편이에요.
회사의 가장 강력한 핵심역량은 근면성실함에 있다고 이야기하는 김봉진 대표
얼마 전 한 컨퍼런스에 참석했다가 우리나라 IT기업 중에서 해외 진출에 성공한 업체의 경영자를 만났어요. 성공 비결을 물었더니 직원들의 여권 속에 답이 있다고 말하더군요. 여권에 빼곡히 찍힌 도장들이 해외 현장에 나가 현지에서 기회를 찾고 문제를 해결하며 최선을 다해 성실하게 일했음을 대변한다는 것이죠.
경영학의 아버지 피터 드러커도 예상할 수 없는 미래사회를 헤쳐나갈 해법 중에 가장 중요한 것은 천재적인 능력이 아니라 바로 성실함을 바탕으로 하는 전문성의 확보라고 이야기했죠. 제 개인적으로 근면성실함을 삶의 기본으로 삼고, 구성원들에게도 많이 강조합니다. 저희 회사의 가장 강력한 핵심역량이 근면성실함이라고 말하고 싶어요.
한국 배달음식 산업을 발전시킨다는 사명 아래 지속적으로 고객들의 이야기를 듣고 개선해 나아가는 배달의 민족
경쟁업체와 저희 서비스의 근본적인 차이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업데이트 주기라고 이야기해요. 경쟁사가 한 달에 한 번 업데이트를 할 때 저희는 매달 3~4번씩 하고 있죠. 고객들의 불만사항이나 개선할 부분 등을 지속적으로 반영하고 수정해온 것이에요. 풍부한 정보, 빠른 속도, 충실한 리뷰 등 결국은 서비스 자체에 대한 만족도가 높아야 지속적으로 이용할 수 있잖아요.
지난 4년 동안 앱 하나만 만들고 있는데도, 아직도 우리가 해결해야 할 몇 달 치의 과제 리스트가 쌓여있어요. 바로결제 서비스, 상품권 서비스, 맛집·생활심부름 서비스처럼 한국의 배달음식 산업을 발전시킨다는 사명 아래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들은 캐면 캘수록 계속 나오던걸요?
나의 내면을 살찌우고 나 자신을 수련하는 도구
제 인생을 바꾼 책은 일본의 살아있는 경영의 신이라 불리는 이나모리 가즈오 회장님이 쓴 『왜 일하는가』에요.
우리가 보통 일에 대해서 생각하기를 젊었을 때 바짝 벌어 늙어서는 휴양지 같은 곳에 가서 편안하게 살아야지라고 생각하잖아요. 하지만 저자는 일이라는 것은 나 자신을 수련하는 과정이라고 이야기해요. 내면을 키우는 것은 오랜 시간 엄격한 수행에 전념해도 이루기 힘들지만, 일에는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엄청난 힘이 숨어 있다는 것이죠. 일 자체가 그 사람을 성장시키고 한 단계 더 높은 인격으로 만들어 주는 도구라는 메시지에 한 대 두드려 맞은 기분이었어요.
제가 회사를 설립하 기 전 방황의 시기를 보낼 때 정말 많은 생각을 하도록 만들었고 그때부터 일에 대한 자세와 태도를 많이 바꾸게 됐어요. 모든 것이 나를 위한 일이라고 생각하니 어떤 일을 하든지 신이 났죠. 직원들에게도 꼭 이 말을 해줘요.
이나모리 가즈오의 책 ‘왜 일하는가’ 와 다큐멘터리 ’스시 장인 지로의 꿈’ 을 통해 많은 깨닮음을 얻은 김봉진 대표
’스시 장인 지로의 꿈’이라는 아주 멋진 다큐멘터리가 있어요. 성실함이 아니고서는 그 자리에 결코 오르지 못했을 일본 스시 장인의 엄청난 열정을 보여주는데요. 반세기도 아닌 무려 60여 년을 스시 하나에 바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밥 먹는 시간을 제외하고 하루 16시간 이상을 스시 만들기 하나에만 골몰한 주인공이 “스시는 인생 그 자체다. 나의 꿈은 어제보다 더 나은 스시를 만드는 것” 이라고 말하는데 정말 어마어마한 울림으로 다가왔어요.
일에 대한 숭고한 열정을 본받아서 앞으로 더 좋은 더 새로운 더 의미있는 디자인으로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데에 일조하고 싶어요.
자발적 동기와 자존감이 가득한 일터를 꿈꾸다
‘5년 뒤 회사의 모습은?’ ‘배달의 민족 다음의 성장동력은?’ 이런 종류의 질문들을 굉장히 많이 받아요. 실망하실 수도 있지만 아직 구체적인 것은 없어요. 아주 단순하게 오늘 하루를 충실하게 최선을 다해 살고 있죠. 이것과 함께 기업 문화에 대한 고민이 많아요.
기업의 끝이 어디일까를 생각해봤어요. 이익을 창출하고 사회를 이롭게 하는 것이 기업의 목적일 수 있고, 찬란했던 시절이 있고, 몇 백 년 된 기업들도 적지 않지만, 언젠가 어떤 식으로든 기업은 망하죠. 그후에 정말로 남는 것은 그곳에 있었던 문화잖아요. 회사를 차렸다면 많은 사람들이 잘 다닐 수 있는 회사를 만들어야 하죠. 많은 사람들이 기업이라는 곳에서 경제활동을 하는데, 좀 더 좋은 문화 속에서 일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우리나라가 경제 성장이 급속도로 이루어 지면서 기업 문화는 그에 발맞춰서 함께 성장하지 못했잖아요. 그래서 제 또래나 저보다 나중에 시작하는 창업자들 중에 이런 것에 문제의식을 가지고 좋은 생각으로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는 분들이 많아요. 덕분에 앞으로는 더 좋은 기업 문화를 가진 회사들이 많이 생겨날 겁니다. 모두가 좀더 행복하게 일했으면 좋겠어요.
많은 사람들이 잘! 다닐 수 있는 회사를 만들어 가기 위해 늘 고민하고, 하루 하루를 충실하게 보내는 김봉진 대표
그러기 위해서는 자발적 동기가 무척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우리 세대가 일하는 것은 돈을벌기 위해서만은 아니잖아요. 내가 어떤 일을 하고, 성과를 내고, 성취했는지 이런 것들에 대해서 훨씬 더 많은 생각을 하고 있어요.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여러가지 방법이 있겠죠. 헨리 포드가 “나에게 필요한 건 사람들의 두 손뿐인데, 왜 꼭 머리가 붙어 있는가?”라는 불만을 가질 정도로 생산성과 효율성만이 중요했던 시기가 있었죠. 다음으로는 당근과 채찍이라는 개념이 도입됐지만 이 역시 현시대에는 제대로 작동하긴 어려운 것 같아요. 지금은 자발적인 동기가 가장 중요하고, 그것의 기본은 자존감이 아닐까 생각해요.
개개인의 자존감을 존중하며, 함께 도전과제를 해쳐나가는 우아한 형제들 김봉진 대
나 스스로가 자존감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냐 아니냐에 따라 그 일을 대하는 자세는 완전히 달라진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회사가 구성원들에게 주어야 할 가장 큰 것이 개개인의 자존감이라는 믿어요. 그러한 방향으로 계속 실험해 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에 저희는 도전을 멈추지 않고 있죠
어려움은 나를 성장 시키는 축복
서비스를 하면서 느끼는 가장 큰 보람은 사용자들의 습관을 많이 바꿔나가고 있다는 것이에요. 이전에는 전단지나 TV광고를 보고 별다른 생각 없이 음식을 배달시켜 먹곤 했지만 훨씬 더 합리적이고 경제적인 배달 습관을 만들었죠. 리뷰나 평가를 확인하고, 쿠폰으로 할인을 받고, 포인트를 쌓고, 자동으로 결제를 하고, 나와 다른 곳에 있는 지인에게 선물을 하는 등 배달 음식 문화 자체를 바꿨다는 것이 큰 자부심이죠. 또 하나는 사장님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면서 소상공인과 동반성장할 수 있다는 것이에요.
저희 앱을 통해 광고하시는 음식점 사장님들 중 한 분은 매출이 30%나 뛰었다고 좋아하셨던 분도 계셨어요. 누군가의 성공에 보탬이 된다는 사실이 참 뿌듯하더라구요. 저희 서비스가 효과 측정이 분명하고 저렴한 광고모델을 제시하면서 경쟁상대가 없었던 전단지 광고 가격이 거의 절반으로 낮아지기도 했구요.
사업실패의 경험이 오히려 지금의 성공을 만드는 밑거름이 되었다고 이야기하는 김봉진 대표
오늘도 고비고, 어제도 고비였구요. 사실 매일매일이 고비에요. 사는 것도 비슷하지 않을까요? 어떻게 보면 제가 가구 디자인 사업으로 일찍 실패를 경험했던 것이 저에게 큰 도움이 됐다라고 생각이 들어요.
사무실에 ‘이번 고비가 지나면 다음 고비가 온다’라는 글귀가 붙어 있어요. 우리가 이번 고비를 지나면 편하게 잘 살 거라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어요. 고비는 나를 성장시킬 수 있는 축복이고, 이번 고비를 잘 넘겼기 때문에 더 큰 고비나 어려움이 왔을 때 조금은 더 담대해 질 수 있죠. 아직도 내공이 아주 많이 부족하지만 이렇게 생각을 바꾸고 나니까 어떤 어려움이 와도 조금은 내성이 생긴 것 같아요.
사업을 하다보면 어쩔 수 없이 경쟁상대들이 계속 생기게 되더라구요. 자꾸만 공격이 들어오고, 마음이 불편해지고, 처음엔 굉장히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어요. 그 때 접했던 ‘밖에 적이 없고 안에 우환이 없는 나라는 반드시 망한다’는 맹자의 말씀이 정말 크게 와닿았어요. 경쟁상대가 우리가 발전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주고, 우리 안의 어려움이 우리가 생각지도 못했던 것을 또 한번 환기시키고 개선시킬 수 있다는 메시지에 오늘 하루도 마음을 다잡습니다
기존에 있던 시장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해서, 도전정신과 핵심역량으로 혁신을 이루어내고, 이용자들과 사회에 보다 나은 가치를 제공한 김봉진 대표.
단순히 앱을 서비스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사용자들의 습관과 문화를 바꾸는 과정에서 열정과 근면성실함이 중요하다는 단순한 진리를 다시 한번 깨닫게 됩니다. 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