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성공적 위기극복 사례와 로마인에게 배우는 위기 극복 노하우
기업의 성공적 위기극복 사례와 로마인에게 배우는 위기 극복 노하우
최근 세월호 참사를 통해 유가족과 온 국민은 막대한 고통과 슬픔을 안게 되었습니다. 정부는 사태 수습 후에 우리의 시스템을 전반적으로 재검토하여 이와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기업 또한 이번 참사를 통해 경영전반을 되돌아보고, 기본에서 벗어난 것이 있는지 살펴보고 잘못된 것은 바로잡아야 할 것입니다. 오늘날 급변하는 환경 변화 속에서는 기본에 충실하며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 하는 기업과 조직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하겠습니다.
이에 위기를 기회로 삼아 이를 극복하고 결국 성공한 몇 가지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이 사례들을 통하여 위기를 기회로 삼은, 변화를 통해 성공한 노하우를 살펴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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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브랜드로 전환, 최강자로 발돋움한 ‘쿠쿠전자’
IMF 외환위기가 불어 닥친 지난 1997년말. 쿠쿠전자의 전신인 성광전자에도 찬바람이 쌩쌩 불었습니다. 소매경기는 폭삭 가라앉아 나날이 재고만 쌓여갔습니다.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을 하다보니 10년 가까이 매출액이 300억원대에 머무를 정도로 이미 성장은 정체된 상태였죠. 외환위기 여파는 날이 갈수록 기업들을 뿌리째 흔들었습니다.
OEM으로 밥솥을 전량 납품받던 모 대기업이 내수시장 침체 등을 이유로 일방적으로 주문량을 크게 줄이자 성광 전자는 더 이상 버틸 힘이 없는 극한상황까지 내몰렸습니다. 더 이상 OEM에 의존해서 살 수 있는 길이 없다고 판단한 성광전자는 물건 하나는 확실하게 만든다는 시장의 신뢰 하나로 독자 브랜드 론칭을 결심합니다.
이 결정이 대기업의 하청업체에서 그것도 IMF라는 극심한 불황 속에서 독자브랜드로 상품을 시장에 내놓은지 1년 만에 시장점유율 1위가 된 거짓말 같은 성공 스토리를 만들어 내게 됩니다.
당시 밥솥 시장은 일본 조지루시(象印)의 ‘코끼리밥솥’을 비롯해 삼성전자, LG전자 등 7~8개 업체가 경쟁하고 있었습니다. 초기 3~4개월은 시장반응도 미적지근했고 적자를 면하기 어려웠죠. 하지만 이미 확보해놓은 기술력에 브랜드를 붙이자 시장의 신뢰는 한층 높아졌습니다.
드디어 1999년 7월 밥솥 시장 1위에 올라섰습니다. 이후는 탄탄대로였습니다. 이때부터 어렵게 쌓아 올린 브랜드이미지를 관리하는데 힘을 썼습니다. 제품의 문제점을 분석해 소비자들의 니즈를 충족시키는 것은 물론 광고, 홍보 등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잡아줄 수 있는 전문가들을 찾아 다니며 조언을 구했습니다.
당시에는 흔하지 않았던 협업도 십분 활용했다고 합니다. 직원들간 혹은 협력회사와의 자유로운 토론을 통해 수직적 문화에서 수평적 문화로 바꾸는 것을 추구했고, 전문가가 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언제든 모셔왔다고 합니다. 겸손한 자세로, 외부로부터 빠르게 배워오는 학습능력이 경쟁력 배가의 비결이었다고 말합니다
문화와 이야기를 파는 ‘못골시장’
오래 전부터 우리의 먹고 마시고 입는 것 등을 사고 파는 중요한 통로였던 전통시장이 노후한 시설과 편의시설 부족 등으로 현대 사회에서 점점 밀려났습니다. 장터가 서던 자리는 깔끔한 매장과 넓은 주차장을 확보하고 각종 편의시설을 갖춘 대형마트나 기업형 슈퍼마켓이 차지하고 있죠.
하지만 침체된 전통시장을 살리고 시장을 문화 체험장과 관광지로 활용하며 성공한 시장이 있습니다. 지난 2006년 하루 5천 명이던 시장 방문객이 최근에는 1만 명을 훌쩍 넘어설만큼 승승장구하고 있는 못골시장, 구경 한번 가보실까요?
“못골 온에어 라디오스타를 시작합니다.” 목요일 오전 11시 30분폭 2m, 길이 180m의 좁은 골목에 라디오 방송이 위풍당당 행진을 시작합니다. 와글와글한 시장 바닥이 흥겨운 음악으로 물들고 상인의 어깨는 덩달아 들썩들썩 춤을 춥니다.
곧이어 스튜디오에는 시장 상인의 발길이 이어집니다. 손에는 작은 쪽지가 들려있죠. 신청곡은 곧바로 DJ에게 전달, 사연과 함께 시장 골목골목에 울려 퍼집니다. 못골시장 라디오스타는 2009년 4월 개국했습니다. 라디오방송은 2008년 6월 문화체육관광부가 추진한 ‘문화를 통한 전통시장 활성화 시범사업’, 즉 ‘문전성시’ 프로젝트의 일환이었습니다.
시범사업에 선정되자 못골시장 상인회는 기회를 놓치지 않았고 시장을 살려나갈 방법을 찾기 위해 매일같이 머리를 맞댔습니다. 결론은 ‘사람’과 ‘소통’이었습니다. 우선 시장 사람들끼리의 소통이 필요했고, 그래서 만든 것이 라디오방송입니다. DJ는 모두 시장 상인으로 월요일과 목요일 돌아가면서 마이크를 잡습니다. 못골라디오스타의 반응은 폭발적입니다.
라디오 스튜디오가 위치한 곳은 시장 내 ‘못골휴식터’입니다. 스튜디오 밖의 공간은 시장 손님을 위한 카페이자, 상인을 위한 휴식터입니다. 향긋한 커피에 목을 축일 수도 있고, 장을 보다 무거운 짐을 잠시 맡겨놓을 수도 있죠. 또 이곳은 ‘못골정보센터’이기도 합니다. 터치스크린 컴퓨터에 마련된 ‘못골레시피’에는 50여 가지의 음식재료법이 저장돼있습니다. 원하는 음식을 클릭하면 상세한 조리법과 재료를 살 수 있는 상점 지도가 함께 출력됩니다. 마트에서도 보지 못한 최첨단 서비스인 것입니다.
흔히 시장에서는 물건만 사고판다고 생각하지만 시장의 중심은 ‘사람’이라는 생각, 사람을 매개로 문화를 파는 시장이 될 거라는 포부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을 지도 모르는 하나의 재래시장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었습니다.
폐원의 위기에서 일본 최고로 탈바꿈한 ‘아사히야마 동물원’
인구 30만 명이 안 되는 일본 소도시의 시립동물원 아사히야마 동물원은 한때 적은 입장 수입과 투자 부족으로 폐원 위기를 겪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일본 최고의 동물원으로 인정받으며 성공경영의 모델이 되었습니다.
동물원의 위기 상황에서 탈출하기 위한 사육사들의 자발적인 학습과 창의력, 조직원 모두가 변화의 주체가 되어 행동함으로써 얻어지는 성과와 자유로운 상상력이 그 비결이었습니다.
1997년 9월에 아사히야마 동물원에는 인간 새장이 생겼습니다. 몇몇 동물원에서는 새들이 너무 높이 날지 못하도록 날개를 꺾어놓기도 합니다. 이를 잘 아는 아사히야마 동물원에서는 새로운 발상을 시도했죠. 거대한 새장에 들어간 관람객들이 하늘을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새들의 활기찬 비상을 눈으로 직접 보게 하는 것이었습니다. 바로 사람들이 그물망에 있고 그 바깥에서 새들이 날갯짓하도록 한 것이죠. 새들만이 새장에 산다는 고정관념을 깬 것입니다.
누군가 한 겹의 고정관념을 걷어내면 많은 이들이 새로운 빛을 접하고 감동하게 됩니다. 감동하면 옆 사람에게 자신의 감흥을 전달하기 마련이죠. 아사히야마 동물원의 변화된 모습은 사람들 사이에서 서서히 입소문으로 퍼져나갔고 관람객 수는 꾸준히 늘어나기 시작했습니다.
여타 동물원은 팀 시스템으로 운영하고 있지만 아사히야마 동물원은 담당 시스템입니다. 담당 시스템은 팀 시스템과는 달리 한 사람의 사육사가 특정한 동물을 전적으로 맡는 방식입니다. 학교의 담임선생과 비슷하죠. 사육사들은 기본적으로 엿새를 일하고 이틀을 쉬고, 휴일에는 다른 사육사가 대신 맡아줍니다.
동물원의 체계는 사육사와 수의사, 그리고 전체를 통괄하는 원장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원장은 사육사들에게 일절 간섭하지 않습니다. 신입 사육사가 들어오면 무엇을 가르치기 전에 스스로 생각하고 스스로 무언가 해보라는 조언을 건넬 뿐이죠. 공부모임에서 석연치 않은 게 있으면 한밤중이라도 원장에게 전화를 걸 수 있는 열린 관계는 여기서 비롯됩니다
위로부터의 지시가 없는 대신 담당 사육사는 책임과 재량이 듬뿍 주어집니다. 다시 말해 도전할 수 있는 공간이 확보되고 도전은 자유로운 발상을 낳습니다. 자율이 아사히야마 동물원의 힘찬 에너지였다는 사실은 나중에 세계적인 동물원이 되면서 저절로 증명됩니다.
로마인에게 배우는 변화를 통한 위기 극복
일본인 작가 시오노 나나미가 쓴 『로마인 이야기』를 보면 로마 역사는 생성부터 멸망까지 위기와 극복의 역사였기 때문에 최강국의 위치에서 출발부터 그다지 순조롭지 만은 않았던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녀는 이 책의 서문에서 다음과 같이 썼습니다.
‘지식은 헬라인 보다 못하고, 체력은 켈트인이나 게르만인, 기술력은 에르투리아인, 경제력에서는 카르타고인보다 못한 것이 로마인이다. 그리고 로마인은 스스로 알고 있다. 그런데 왜 그들이 마지막 승자로 남아 번영할 수 있었을까?’ 이에 대한 해답은 다음 4가지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첫째, 변화에 대한 로마인의 개방성입니다.
로마만이 가지고 있는 ‘개방성’이라고 하는 위기관리 전략이 있습니다. 이 개방성은 편협된 아테네나 스파르타의 시각과는 반대의 개념으로 이질적인 것에 대한 다양성을 인정하는 포용력을 지니고 있죠. 타민족을 포용하는 개방성이야 말로 도시국가의 한계를 넘어 세계 제국으로 갈 수 있었던 가장 큰 힘이었습니다.
둘째, 위기리더십 양성시스템을 들 수 있습니다.
기원전 367년, 리키니우스법이 통과되면서 로마는 다른 도시국가와는 전혀 다른 미래를 열게 되었습니다. 이 법은 모든 관직을 평민, 귀족이라는 신분의 차이 없이 인재를 양성해 각처에 등용하겠다는 취지에서 나왔습니다. 국가 직책을 전면 개방해 오직 실력만으로 리더의 자리에 오를 수 있는 혁신적인 시스템을 의미합니다.
셋째, 위기관리 매뉴얼의 습관화에 있습니다.
리더층이 두터운 로마는 한 영웅의 죽음이 바로 국가적 위기를 초래하지 않습니다. 양질의 리더들이 많이 배출되었던 것뿐만 아니라 이러한 리더들은 자신들의 탁월한 능력과 경험을 체계적으로 매뉴얼화해 후손에게 물려주었죠.
넷째, 로마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지혜와 학습에 있습니다.
변화에 대한 포용력 있는 개방성을 중심으로 로마의 위기관리 리더십 양성 시스템과 위기관리 매뉴얼의 습관화는 결국 로마를 세계 정복자의 위치로 올려놓았습니다.
세월호 참사를 통해, 위기극복과정에서 매뉴얼을 실천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지를 뼈저리게 느낍니다. 매뉴얼은 우리에게 ‘기본으로 돌아가라(back to basic)’고 외치고 있습니다. 또한 그 기본을 바탕으로 급변하는 환경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것입니다. 위기상황에서도 성공할 수 있는 변화에 강한 조직이 지니고 있는 다섯 가지 특징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작지만 세계 최고의 기업이 될 수 있다는 자신감.
둘째, 새로운 세계에 도전하는 개척자 정신.
셋째, 반보 앞선 아이디어로 시장을 이끈 창의력.
넷째, 위기를 기회로 활용할 수 있는 결단력.
다섯째, 무모한 위기를 피하는 신중함입니다.
위기 극복은 ’신의 한 수‘로 해결하기 보다는, 기본을 철저히 지키고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는 자세가 필요할 것입니다. 모쪼록 이번 위기가 우리나라의 국가와 기업수준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킬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삼아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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