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력

22025  이전 다음

  • 1
  • 2
  • 3
  • 4
  • 5
  • 6
  • 7
  • 8
  • 9
  • 10
  • 11
  • 12
  • 13
  • 14
  • 15
  • 16
  • 17
  • 18
  • 19
  • 20
  • 21
  • 22
  • 23
  • 24
  • 25
  • 26
  • 27
  • 28

‘달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Don’t put all your eggs in one basket)’는 격언은 이제 진부한 말로 들릴 수도 있겠다. 이 오래된 지혜를 정식화한 현대포트폴리오이론(modern portfolio theory)에 대한 비판도 쏟아지고 있다. 그러나 어떤 이론모형의 한계가 드러났다고 해서 그 바탕에 깔린 지혜와 통찰까지 송두리째 부정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 이론을 맹신하거나 변화무쌍한 현실에 기계적으로 적용하지 않도록 유념하면서 여전히 쓸모 있는 가르침만 간직하면 되는 것이다.

달걀을 더 안전하게 담는 법

현대포트폴리오 이론은 ‘달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는 오래된 지혜를 정식화했다. <출처:NGD>

아마존제과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초콜릿을 만들고 있고 정글식품은 초콜릿에 들어가는 카카오를 공급한다. 판도라펀드의 자산 운용을 맡고 있는 재규어 씨는 앞으로 초콜릿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아마존제과 주식에 투자하려 한다. 그러나 이 주식에만 집중적으로 투자하지 않고 투자자금의 절반은 정글식품 주식에 투자할 예정이다. 두 회사 주식에 분산 투자하는 포트폴리오(portfolio)를 만들려는 것이다. [포트폴리오는 여러 가지 개별 자산들을 한 데 묶은 것이다.라틴어에 뿌리를 둔 포트폴리오라는 말은 ‘종이(foglio)’와 ‘나르다(portare)’는 말이 합쳐진 것으로 처음에는 서류철이나 서류가방을 가리키다 나중에 여러 가지 (종이로 된) 증권의 모음이라는 뜻을 갖게 됐다고 한다.]

두 회사의 기대수익률(expected return)과 수익률의 표준편차(standard deviation)는 다음과 같다. 수익률이 얼마나 큰 폭으로 널뛰기를 하는지를 보여주는 표준편차는 주식 투자에 따르는 리스크(risk)를 가늠하는 수치다. [기대수익률과 리스크에 대한 기본적인 개념에 관해서는 정글경제의 원리 두 번째 질문(리스크는 무조건 피해야 하나)을 참조하기 바란다.]

분산투자 이미지 1

판도라펀드 포트폴리오의 기대수익률은 쉽게 구할 수 있다. 이 포트폴리오에 편입된 개별자산 기대수익률의 평균을 구하면 된다. 물론 각각의 자산들의 투자비중을 감안한 가중평균이다.

분산투자 이미지 2

분산투자 이미지 3

이 포트폴리오의 리스크를 가늠하기 위한 표준편차를 구하는 것은 조금 복잡하다. [확률과 관련된 수식만 보면 하얗게 질리는 카푸친 씨에게는 상당한 집중력이 필요한 대목이다.] 판도라펀드 포트폴리오 수익률의 표준편차는 다음과 같은 식으로 구한다.

분산투자 이미지 4

분산투자 이미지 5

아마존제과와 정글식품 수익률이 싱크로나이즈드 수영을 하는 것처럼 완벽하게 같이 움직일 때 두 회사 수익률의 상관계수(correlation coefficient)는 1이 된다. 둘의 움직임에 아무런 상관관계도 없으면 이 계수는 0이 되고 둘이 완벽한 한 쌍의 청개구리처럼 언제나 정반대로 튀면 상관계수는 -1이 된다. 위의 공식에 상관계수 1과 0, -1을 대입해보면 다음 표와 같은 결과를 얻는다.

분산투자 이미지 6

상관계수가 1일 때 포트폴리오의 표준편차는 개별자산 표준편차의 평균(35%)과 같지만 이 계수가 낮아질수록 포트폴리오의 표준편차는 줄어든다. 아마존제과와 정글식품 주가가 정반대로 움직인다면 이 포트폴리오의 표준편차는 5%밖에 안 된다.

일반적으로, 완벽하게 같이 움직이지 않는(상관계수가 1이 아닌) 여러 자산을 묶어 포트폴리오를 만들면 개별 자산 수익률의 평균적인 수준의 포트폴리오 수익률을 누리면서도 (수익률을 희생하지 않고서도) 포트폴리오 리스크를 개별자산의 리스크의 평균적인 수준보다 낮출 수 있음을 볼 수 있다. 달걀(투자자금)을 어느 한 바구니(투자대상)에만 몰아서 담지 않고 여러 바구니에 나눠 담으면 그만큼 위험을 줄일 수 있다는 지혜를 숫자로 확인할 수 있다.

현대포트폴리오이론의 한계

1990년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해리 마코위츠(Harry Markowitz)는 일찍이 투자자산의 수익률뿐만 아니라 리스크를 중시해야 하며 개별 자산의 리스크보다 포트폴리오 전체의 리스크에 주목해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이 혁신적인 사고는 1950년대 이후 금융경제학의 지형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그는 리스크를 숫자로 나타냄으로써 직관과 기술의 영역에만 머물던 리스크 관리를 정교한 이론으로 체계화했다. 하지만 지난 반세기 동안 정글경제를 지배했던 현대포트폴리오이론은 이제 거센 비판에 직면해 있다.

이 이론에서는 리스크가 같은 여러 포트폴리오 가운데 기대수익률이 가장 높은 포트폴리오(또는 기대수익률이 같은 포트폴리오 중 리스크가 가장 낮은 포트폴리오)를 효율적 포트폴리오(efficient portfolio)라고 한다. 이 효율적 포트폴리오를 구하는 데 필요한 여러 가지 가정들만 살펴봐도 이 이론이 현실을 설명하고 예측하는 데 한계가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이론의 기본적인 가정은 이렇다. 첫째, 투자자들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는 기대수익률과 (리스크를 가늠하는) 수익률의 분산(variance)두 가지 뿐이다. 둘째, 투자자들은 위험회피적(risk averse)이다. 셋째, 모든 투자자들은 주어진 리스크 수준에서 가장 높은 기대수익률을 추구한다. 넷째, 모든 투자자들은 모든 위험자산의 기대수익률, 분산, 공분산(covariance)에 대해 같은 기대를 갖고 있다. 다섯째, 모든 투자자들은 공통적인 1기간 투자를 한다.]

우리는 이런 가정 하나하나에 다 물음을 던져볼 수 있다. 수익률의 평균과 분산만으로 투자자들의 의사결정과 시장의 움직임을 다 설명할 수 있는가? (수익률이 정규분포를 나타내지 않고 ‘검은 백조’와 같은 통계적으로 예측할 수 없는 일이 벌어졌을 때 이 이론의 설명력과 예측력은 크게 떨어질 수 있을 것이다.) 수익률의 분산(또는 표준편차)은 과연 진정한 리스크를 가늠할 수 있는 숫자인가? (투자자산을 몇 십 년 동안 보유하는 사람들은 그 동안 이 자산 가격이 큰 폭으로 널뛰기 하더라도 그다지 위험하다고 느끼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이다.) 투자자들은 과연 마코위츠가 상정한 것처럼 늘 합리적으로 결정하고 행동하는가? (비이성적 낙관에 취하거나 패닉 상태에 빠진 투자자들은 수익률과 리스크를 냉정하게 분석해 합리적인 결정을 하기가 어려울 것이다.)

개별자산들이 서로 어떤 상관관계를 갖고 움직이는지 알아내는 것도 큰 골치거리다. 마코위츠가 윌리엄 샤프(William Sharp)와 함께 내놓은 해법은 특정 자산의 수익률이 다른 모든 자산들의 수익률과 어떤 상관관계를 갖는지 일일이 계산할 필요 없이 그 자산이 시장 전체의 수익률과 어떤 관계를 갖는가만 보면 된다는 것이다. 이런 생각은 나중에 자본자산가격결정모형(Capital Asset Pricing Model)으로 체계화됐다. 재규어 씨에게는 너무도 익숙하지만 카푸친 씨에게는 난해한 퍼즐이 될 이 모형은 다음과 같이 표현된다.

분산투자 이미지 7

여기서 는 자산 j의 기대수익률, 는 무위험수익률(risk-free rate), 는 시장전체 포트폴리오의 기대수익률, (자산 j의 베타계수)는 자산 j의 수익률이 시장전체 포트폴리오 수익률에 대해 어떤 방향으로 얼마나 민감하게 따라 움직이는지 보여주는 계수다. 예컨대 무위험수익률이 5%, 시장포트폴리오 수익률이 10%, 정글전자의 베타계수가 1.5라면 정글전자의 기대수익률은 12.5%다. [12.5%=5%+1.5(10%-5%)] 정글전자 주식의 리스크 프리미엄(risk premium)은 이 주식의 수익률이 무위험수익률을 얼마나 웃도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이 예에서 정글전자의 리스크 프리미엄은 7.5%다. [12.5%-5%]

포트폴리오를 짜서 아무리 여러 자산에 분산투자 하더라도 시장전체가 한꺼번에 뜨거나 무너지는 위험까지 줄일 수는 없다. 시장위험(market risk)은 분산불가능위험(non-diversifiable risk) 또는 체계적위험(systemic risk)이라 하고, 개별자산이나 기업에 고유한 위험(unique risk 또는 firm-specific risk)은 분산가능위험(diversifiable risk) 또는 비체계적위험(non-systemic risk)이라고 한다.

분산투자 이미지 8

위험은 얼마나 나눌 수 있는가

아무리 광범위한 분산투자를 하더라도 시장전체의 체계적 위험까지 모두 제거할 수는 없다는 사실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경험에서도 알 수 있다. 세계적으로 통합된 자본시장에서는 나라와 자산과 업종을 가리지 않고 모든 시장이 한꺼번에 타오르거나 동시에 얼어붙을 수도 있다. 글로벌 자본시장의 동조화가 심화될수록 분산투자의 효과는 줄어들 것이다.

이처럼 현대포트폴리오이론이 늘 우리에게 공짜점심을 안겨주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우리가 살아가는 데 이 이론에 깔려있는 지혜를 빌릴 일은 많이 있을 것이다.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분산투자의 개념은 얼마든지 확장할 수 있다는 말이다.



2008년 8월 뉴욕증권거래소 내부의 모습: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는 아무리 광범위한 분산투자를 하더라도 시장전체의 체계적 위험까지 제거할 수는 없다는 사실을 상기시켰다.<출처:NGD>

날씨에 따라 희비가 엇갈리는 우산회사와 선탠오일회사에 나눠 투자하는 것만이 분산투자가 아니다. 판도라자산운용은 (여러 업종, 여러 나라의) 주식, 채권, 부동산을 비롯한 모든 종류의 자산을 포괄하는 포트폴리오를 만들 수도 있다. 대기업집단인 정글그룹이 여러 사업을 함께 이끌어가는 것은 문어발식 사업다각화의 폐해를 낳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다양한 사업 포트폴리오로 투자위험을 줄이려는 의도가 깔려있는 것이다.

투자대상 간 상관관계가 적을수록 분산투자의 효과는 커진다. 결혼도 하나의 투자라는 생각을 갖고 있는 세속적인 재규어 씨가 같은 자산운용업계의 여자친구와 결혼하는 것은 분산투자의 개념과는 거리가 멀다. 전형적인 회사인간인 카푸친 씨가 자기회사 주식에만 올인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장경덕 이미지
장경덕 | 매일경제신문 논설위원
1988년 매일경제 기자로 정글경제 탐사를 시작했다. 금융과 투자의 개념과 원리를 쉽게 이해하도록 돕는 글을 쓰려 한다.


Posted by 탑스미네랄
|

인플레이션의 두 얼굴

인플레이션은 누구의 돈을 훔쳐갈까?


인플레이션(inflation)은 소리 없는 도둑일까? 아니면 난폭한 강도일까? 카푸친 씨는 인플레이션이 보통사람들의 피땀 어린 금융저축을 훔쳐가는 비열한 도둑이라는 통념을 갖고 있다. 존 메이너드 케인즈(John Maynard Keynes)는 “통화를 타락시키는 것보다 기존의 사회 기반을 뒤집는 더 교묘하고 확실한 수단은 없다(There is no subtler, no surer means of overturning the existing basis of society than to debauch the currency)”고 했다. 블라디미르 레닌(Vladimir Lenin)은 자본주의를 파괴할 가장 좋은 방법은 통화를 타락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하지만 오셀롯 씨의 생각은 다르다. 때로는, 그리고 누구에겐가는 인플레이션이 오히려 고마운 존재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하루아침에 빚을 사라지게 하는 마술

초인플레이션(hyperinflation)은 인플레이션이 부리는 마술을 가장 극명하게 보여준다. 역사상 가장 끔찍한 (살인적인) 인플레이션은 1946년 헝가리에서 일어났다. 그 해 7월 한 달 동안에만 헝가리 펭고(pengő)화로 표시한 물가는 41,900,000,000,000,000%(4.19×1016%)나 치솟았다고 한다. 하루 물가상승률이 207%에 이르고, 15시간마다 물건 값이 두 배로 뛴 셈이다.

독일 초인플레이션 당시 한 주부가 수백만 마르크 지폐를 난로의 불쏘시개로 사용하고 있다.

2008년 11월 짐바브웨 월간 물가상승률은 7.96×1010%(하루 98%)였고, 1994년 1월 유고슬라비아의 인플레이션은 3.13×108%(하루 64%)에 달했다. 우리가 가장 극악한 사례로 들었던 1923년 독일의 초인플레이션은 이들에 비하면 약과였다. 그 해 10월 독일의 월간 물가상승률은 29,500%였다. 3.7일마다 물건 값이 두 배로 뛰었다는 이야기다. [Steve H. Hanke and Alex K. F. Kwok, ‘On the Measurement of Zimbabwe’s Hyperinflation’, Cato Journal 2009년 봄/여름호]

하루 100% 가까운 물가상승을 기록한 짐바브웨의 경우를 보자. 짐바브웨달러를 들고 있던 이들은 하룻밤 자고 날 때마다 그 돈의 값어치(구매력)가 절반으로 줄어드는 악몽 같은 현실에 부딪혔다. 그 돈의 구매력은 열흘만 지나면 1,000분의 1도 안 되는 수준으로 떨어진다. [0.510=0.00097]

그가 이 돈을 누군가에게 빌려주었다면 어떻게 됐을까? 이자 없이 빌려주었다면 그가 열흘 후 돌려받는 돈으로 살 수 있는 정글피자는 빌려줄 때 살 수 있었던 피자의 1,000분의 1에도 못 미친다. (이자를 받더라도 이자율이 하루 100%에 못 미치는 한 채권의 실질가치는 폭락한다.) 하지만 돈을 빌린 이는 어떻게 될까? 그는 열흘 만에 빚의 무게가 1,000분의 1로 줄어드는 거짓말 같은 마술을 경험하게 된다.

물가가 오를수록 카푸친 씨의 구두창은 더 많이 닳는다

초현실적으로 들릴 수도 있는 이 이야기는 예상을 뛰어넘는 인플레이션이 채권자와 채무자의 부(wealth)를 제멋대로 재분배하는 요술을 부릴 수 있다는 걸 극명하게 보여준다. (네이버 국어사전에 따르면 빚을 준 이도 ‘빚쟁이’ 빚을 얻은 이도 ‘빚쟁이’다. 인플레이션은 이 두 빚쟁이의 이해가 날카롭게 부딪치게 한다.) 뜻밖의 인플레이션이 나타나면 빚이 많은 오셀롯 씨의 어깨는 가벼워지지만 금융저축이 많은 카푸친 씨는 땅을 치게 된다.

그러나 오셀롯 씨가 무턱대고 인플레이션을 기다리는 건 위험하고 어리석은 짓이다. 그가 인플레이션의 마술을 기대하려면 두 가지 조건이 갖춰져야 한다. 첫째, 인플레이션이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일 것(그래서 돈을 빌려주는 이가 충분히 높은 이자를 물리지 못할 것). 둘째, 인플레이션으로 실질적인 빚의 무게가 줄어들기도 전에 파산하지 않도록 충분히 버틸 힘이 있을 것.



제임스 애벗 맥닐 휘슬러 [황금 딱지]

오셀롯 씨의 반대 편에 있는 카푸친 씨가 인플레이션을 미워하는 까닭은 또 있다. 지난해 그의 연봉은 3% 올랐는데 물가가 2.8% 오르는 바람에 실질소득은 제자리걸음을 했다. 카푸친 씨는 늘어난 소득을 날강도 같은 인플레이션이 모두 빼앗아갔다고 분개했다. (하지만 샤먼 박사는 너무 분해 할 것까지는 없다고 말했다. 카푸친 씨가 사서 쓰는 상품과 서비스의 값이 오른 만큼 그가 파는 노동력의 가격도 올랐기 때문에 인플레이션을 무조건 강도로 모는 것은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인플레이션이 없었더라면 처음부터 카푸친 씨의 연봉이 오르는 일도 없었을 것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카푸친 씨는 인플레이션을 하나의 세금으로 본다. 현금 보유자들이 다 같이 물어야 하는 세금이다. 이 세금을 줄이려면 수중의 현금을 줄일 수 있는 데까지 줄여놓고 돈 쓸 데가 생길 때마다 은행을 오가는 수밖에 없다. 그의 구두는 그만큼 많이 닳을 것이다. 식당을 운영하는 그의 부인은 음식 값이 바뀔 때마다 메뉴 판을 새로 만드느라 돈을 써야 한다. 이른바 구두창비용(shoeleather cost)과 메뉴비용(menu cost)이다.

이는 인플레이션 때 현금 보유를 줄이고 가격 조정을 자주 해야 하는 개인과 기업의 여러 가지 비용을 말한다. 카푸친 씨는 또한 인플레이션만큼 명목소득(근로소득, 이자소득, 양도소득)이 늘어남에 따라 그만큼 세금을 더 내야 한다는 게 억울하다. 저축을 할수록 손해를 본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정글경제의 돈은 얼마나 빨리 돌까

20세기 후반 경제학계의 가장 큰 거목으로 꼽히는 밀튼 프리드먼(Milton Friedman)은 “인플레이션은 언제 어디서나 화폐적 현상(Inflation is always and everywhere a monetary phenomenon)”이라고 했다. 인플레이션을 공부하기로 마음먹은 카푸친 씨는 익히 들어본 화폐수량설(quantity theory of money)부터 시작하기로 했다. 우선 1911년 어빙 피셔(Irving Fisher)가 고안한 화폐수량방정식(quantity equation)부터 떠올렸다.

MV=PY


통화량(M)과 통화유통속도(V)를 곱한 값은 생산품의 가격(P)과 생산량(Y)을 곱한 값과 언제나 같다. 정글피자 한 가지만 생산하는 단순한 경제를 생각해보자. 이곳 사람들은 한 해 피자 100개를 만들어 2만 원씩 받고 판다. 이 곳에 돌고 있는 돈이 100만원이라면 통화유통속도는 2가 된다. [2만원*100개/100만원=2] 명목국내총생산(명목GDP)이 200만원인 정글경제에 100만원의 통화가 공급됐다면 그 돈은 한 해 평균 두 차례 손바뀜이 일어난다.

빅토르 듀브릴 [썩어나는 돈]

통화유통속도(V)가 거의 변하지 않고 생산량(Y)도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면 통화량(M)은 고스란히 물가(P)에 반영된다. 정글경제의 통화유통속도와 피자 생산량이 일정할 때 통화량을 두 배로 늘리면 물가는 두 배로 뛰게 된다. 초인플레이션은 통화 증가가 곧바로 물가 상승으로 나타나는 극단적인 경우다.

정글경제 사람들이 늘어난 돈을 다 쓰지 않아 돈의 손바뀜이 느려지면 어떻게 될까? 통화 증가가 그대로 물가 상승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이 대목에서 통화유통속도가 안정적이라고 보는 통화주의자(Monetarist)와 이를 반박하는 케인지언(Keynesian) 사이의 격렬한 논쟁이 벌어졌다. [실제 한국 경제의 통화는 예로 든 정글경제보다 훨씬 느리게 돈다. 명목GDP를 광의통화(M2)로 나눠서 구한 통화유통속도는 1990년대 초까지만 해도 1.3정도였으나 최근에는 0.7로 떨어졌다.

변수가 기껏해야 네 개밖에 안 되는 화폐수량방정식(MV=PY)은 카푸친 씨가 생각한 것처럼 만만하게 볼 게 결코 아니었다. 통화량을 적절히 늘리거나 줄임으로써 물가안정과 경제성장을 꾀하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물가를 안정시키려 통화증가율을 조절하던 각국 중앙은행들은 결국 물가안정목표제(inflation targeting)로 돌아섰다. 인플레이션을 어떤 수준으로 안정시키겠다는 목표를 제시하고 그에 맞춰 (통화량을 늘리거나 줄이기보다) 금리를 내리거나 올리는 정책을 쓰게 된 것이다. 이는 물가예측에서 통화량의 역할이 제한적이라고 보는 뉴케인지언(New Keynesian)의 지지를 받았다. 한국은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부터 물가안정목표제를 채택했다.

비판의 타깃이 된 인플레이션 타기팅

물가안정목표제는 성공적이었다. 대부분의 나라에서 인플레이션이 매우 낮은 수준에 머무르는 가운데 경제가 안정적으로 성장하는 대완화(Great Moderation)의 시대를 맞았다. (외환위기 이후 10년 동안 한국의 물가상승률은 연 평균 3%에 그쳤다.) 중앙은행과 통화정책 수장들에 대한 신뢰도 크게 높아졌다. 금융위기의 쓰나미가 세계를 덮칠 때까지는 그랬다.

하지만 대완화를 구가하며 자만에 빠져 있던 이들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호된 비판을 받게 됐다. 인플레이션 타기팅은 비판의 타깃이 됐다. 중앙은행들에게는 소비자물가지수(consumer price index)만 쳐다보면서 금리를 너무 낮게 너무 오랫동안 끌고 가 자산시장 거품을 부추겼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인플레이션의 두 얼굴 이미지 1

인플레이션 타기팅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는 건 당연하다. 그 중에는 인플레이션 목표치(대부분의 나라에서 2%)가 너무 낮아 과감한 금리 인하가 필요한 때 금리를 내릴 수 있는 여지가 별로 없었다는 주장도 있다. 결국 인플레이션 목표를 4% 정도로 높이는 게 어떻겠느냐는 이야기다. 빚이 많은 오셀롯 씨가 반길 만한 아이디어다. 하지만 그렇게 하면 통화가치를 지키려는 중앙은행에 대한 보통사람들의 믿음은 크게 떨어질 수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후 인플레이션과 통화정책을 둘러싼 논리싸움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다. 밀튼 프리드먼은 1976년 노벨경제학상 수상 강연의 끄트머리에서 19세기 말 프랑스 의회의 피에르 S. 듀퐁(Pierre S. du Pont) 의원이 아시냐(assignat 가치가 폭락한 프랑스 혁명기의 화폐)의 추가 발행 제안에 관해 했던 연설을 인용했다. “못된 이들이 의도적으로 저지른 범죄보다 잘못된 논리를 펴는 이들이 뜻하지 않게 저지르는 범죄가 더 많습니다.” 통화정책을 둘러싼 논리싸움을 벌이다 뜻하지 않은 범죄(?)를 저지르게 될 이는 누구일까? 금융위기 이후 인플레이션과 통화정책에 대한 경제학자들과 정책당국자들의 생각이 바뀌면 오셀롯 씨와카푸친 씨 가운데 과연 누가 웃게 될까?

장경덕 이미지
장경덕 | 매일경제신문 논설위원
1988년 매일경제 기자로 정글경제 탐사를 시작했다. 금융과 투자의 개념과 원리를 쉽게 이해하도록 돕는 글을 쓰려 한다.


Posted by 탑스미네랄
|

성공을 바라는가? 플랜A, 플랜B… 플랜Z까지 계속 수정하라

멘로파크(미국)=금원섭 기자 


美창업 전문가 랜디 코미사
"플랜B 성공의 관건은 현금 확보 비용 제로에 도전하라"



▲ 美창업 전문가 랜디 코미사2004년 미국에서 오데오(ODEO)를 창업한 에번 윌리엄스(Williams). 아이팟으로 내보내는 오디오 방송인 팟캐스트 사업을 하는 기업이었다. 사업이 처음 계획대로 단번에 성공할 것으로 확신했다. '플랜 A'가 완벽하다고 생각했다. '플랜 B'는 마련할 이유가 없었다.

뉴욕타임스도 그렇게 봤다. "아이팟(iPod) 사용자가 1100만명을 넘어섰다. 3년 뒤엔 4500만명을 돌파한다. 팟캐스트(Podcast)가 돈이 된다. 오데오가 중심에 서 있다. 음악·뉴스·토크쇼 같은 프리미엄 콘텐츠에 대한 수요가 막대하다. 맞춤형 광고를 붙이면 구글처럼 성공할 수 있다."(2005 2 24일 보도)

하지만 오데오는 6개월도 안 돼 사업을 접었다애플이 무료로 팟캐스트 서비스를 제공하며 시장을 독식했다. 플랜 A가 전망했던 시장에 오데오의 몫은 없었다.

위기의 오데오. 다급하게 플랜 B를 찾아나섰다. 꼬박 1년을 매달렸다. 막 인기를 끌기 시작한 휴대폰 SMS(문자메시지)에 착안했다. 자신이 어디 있는지, 뭘 하는지 단 한 번의 전송으로 친구들에게 알릴 수 있는 서비스를 내놓았다. 메시지 길이는 140글자로 제한했다. 트위터(Twitter)라고 이름붙였다. 출범 5년 만에 가입자 2억명, 연 매출 14000만달러, 기업가치 80억달러인 회사로 성공했다.

미국의 창업 전문가 랜디 코미사(Komisar·57)씨는 "플랜 A는 거의 항상 실패한다. 시장에서 검증받지 않은 혼자만의 가정을 사실로 전제한 탓이다"라고 말했다.


"성공하고 싶다면 플랜 B를 개발하라. 시장에서 실전 경험을 통해 얻은 진짜 정보를 바탕으로 방향을 수정한 사업계획이다. 플랜 B는 한 번에 그치면 안 된다. 상황 변화에 발맞춰 플랜 C, 플랜 D, …, 플랜 Z까지 계속 수정해야 한다. 


힘들고 어렵다고 생각하는가? 신제품 아이디어 58개 중 1개만 성공한다. 2%도 안 되는 확률에 끊임없이 도전하는 것이다. 애플·구글·트위터도 똑같은 과정을 거쳤다. 성공하는 기업들의 공통점이다."

Weekly BIZ
가 코미사씨를 지난달 26일 미국 멘로파크에서 만났다.

랜디 코미사(Komisar·57)씨는 미국 실리콘밸리의 벤처캐피탈 회사 KPCB(클라이너 퍼킨스 코필드 앤드 바이어스)의 파트너다. 코미사씨는 "나는 일반적인 벤처 투자가들과는 다른 방식으로 일한다"고 말했다.

"
다른 벤처 투자가들은 외부인으로 일한다. 투자 대상 회사에 돈을 넣고 밖에서 관리만 한다. 하지만 나는 내부인으로 일한다. 창업 준비 단계, 창업 초기 단계 회사의 임원이 돼 안으로 들어간다. 


비전과 아이디어만 있는 기술자 출신인 창업자가 사업가로 성공할 수 있도록 돕는다. 창업자가 플랜 A에 집착하지 않고 플랜 B를 개발할 수 있도록 만든다. 그가 반드시 대답을 내놔야 할 어려운 질문을 내가 던진다. 


경쟁자를 따돌릴 수 있는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나오지 않으면 그를 밀어붙이기도 한다. 그가 지쳐 쓰러지지 않도록 끊임없이 동기부여를 한다. 그와 함께할 수 있는 인재를 제때에 구해준다. 이를 위해 나의 모든 경험과 인맥을 동원한다."


코미사씨는 하버드대 로스쿨을 졸업한 변호사 출신이다. 1980년대 초반 지적재산권 전문 로펌의 변호사로 실리콘밸리와 인연을 맺었다


스티브 잡스 3D 그래픽회사인 픽사(Pixar)를 사들인 거래에 관여했다가 애플에 스카우트됐다. 이때부터 비즈니스맨으로 변신했다


1986년 애플이 출자한 소프트웨어 기업인 클라리스(Claris)의 공동 창업자로 참여해 3년 만에 9000만달러의 매출을 올리는 회사로 키웠다. 1993년에는 컴퓨터 게임 기업인 루카스아츠(LucasArts) CEO로 영입됐다. 업계 5위이던 회사를 취임 18개월 만에 업계 선두로 끌어올렸다.

창업·경영에 성공을 거듭한 코미사씨에게 CEO를 맡아달라는 요청이 여러 신생 기업들로부터 한꺼번에 들이닥쳤다. 1990년대 중반부터 코미사씨는 파트타임으로 5~6개 기업의 창업·경영에 동시에 관여하기 시작했다. 


처음 파트타임 CEO를 맡았던 기업인 웹티브이(WebTV)를 키워 마이크로소프트(MS) 42500만달러에 매각했다. 그의 파트타임 CEO 성공사례는 1998년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에 케이스 스터디로 소개될 정도로 주목을 받았다.

코미사씨는 자신의 30년 경험을 바탕으로 창업 성공을 위한 가이드북 '플랜 B로 향하라(Getting to Plan B)'를 출간했다. '소비자에게 기쁨을 주는 상품·서비스를 내놓을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끊임없이 고민하라. 언제든지 들어오는 현금이 나가는 현금보다 많으면 성공한다'는 결론이다.


① 실패하는 플랜 A, 그렇다면

올해 블룸버그TV가 방영한 리얼리티 쇼 '테크스타(TechStars) 뉴욕'. 창업을 원하는 젊은이들에게 종자돈 18000달러와 공짜 사무실을 내준다. 3개월 동안 창업 전문가들로부터 집중적인 멘토링을 받을 수 있게 해준다. 창업 사관학교인 셈이다. 


이 기간이 지나면 벤처캐피탈 회사들 앞에서 사업 계획을 프레젠테이션하고 창업자금을 모을 수 있는 기회도 준다. 프로그램 참여를 위한 경쟁이 극심했다. 579개 팀이 응모해 11개 팀(1.7%)만 뽑혔다. 하나같이 "나의 창업 아이디어는 틀림없이 성공한다"고 자부하는 사람들이다.

치열한 경쟁을 통해 뽑은 뛰어난 창업 지원자들에게 돈과 멘토를 붙여줘도 성공 확률은 생각보다 높지 않았다. 테크스타가 창업 프로그램을 처음 가동한 것은 2007년 여름. 당시 자금을 받았던 기업 10곳 중 4곳이 벌써 망했다. 그들의 플랜 A가 시장에서 먹히지 않은 것이다.

코미사씨는 "플랜 A는 거의 항상 실패한다. 창업자가 혼자만의 가정을 시장에서 검증도 하지 않고 사실로 전제한 뒤 사업 계획을 세우기 때문이다. 플랜 B가 필요한 이유다"라고 말했다.

플랜 B는 무엇을 뜻하나.

"
플랜 B는 시장에서 실전을 통해 확보한 진짜 정보를 바탕으로 방향을 수정한 사업 계획이다. 플랜 B는 컨틴전시 플랜(contingency plan·위기 대응 계획)과는 다르다. 컨틴전시 플랜도 플랜 A와 마찬가지다. 역시 시장에서 검증되지 않은 가정에 근거한 것이다."

플랜 B만 있으면 사업에 성공할 수 있나.

"
플랜 B는 한번에 그치면 안 된다. 시장은 항상 변한다. 새로운 소비자, 새로운 경쟁자가 언제든지 나타난다. 그때마다 새로운 플랜 B를 내놓아야 한다. 플랜 C, 플랜 D,…, 플랜 Z까지 계속 나아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뒤질 수밖에 없다."

플랜 B, 아이디어는 어디에서 구하나

"플랜 B를 위한 아이디어를 찾기 위해 맨땅에 헤딩할 필요는 없다. 다른 기업의 성공사례, 실패사례에서 얼마든지 배울 수 있다"고 코미사씨는 말했다.

다른 기업들을 베끼라는 말인가.

"
그렇지 않다. 애플의 스티브 잡스가 말했다. '좋은 예술가는 베낀다. 위대한 예술가는 훔친다. 애플은 위대한 아이디어를 훔치면서 부끄럽게 생각한 적이 없다'. 잡스가 '훔친다(steal)'고 말한 것은 다른 사람의 장점을 추려서 자신만의 새로운 가치를 창조한다는 뜻이다."

애플의 사례를 구체적으로 말해달라.

"
애플은 아이팟(iPod)과 아이튠스(iTunes)를 통해 세상에 혁명을 가져 왔다. 하지만 이들은 잡스가 처음으로 발명한 것은 아니었다. 아이팟과 같은 MP3플레이어는 그전에도 있었다. 아이튠스처럼 음악을 다운로드 받을 수 있는 사이트도 이미 있었다. 


하지만 음악을 많이 담지 못하는 MP3플레이어, 일정 기간이 지나면 음악 파일이 사라지게 만든 사이트에 소비자들은 고통을 받고 있었다. 애플은 이 문제를 해결해냈다. 흩어진 조각을 모아 새로운 전체를 만든 것이다."

참고할 성공, 실패사례는 어디서 구하나.

"
신문의 경제면부터 읽어라. 여러 산업에 걸친 다양한 사례가 나온다. 다른 분야의 사업을 하는 사람들을 많이 만나라. 생각도 못했던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다."

그다음엔 어떻게 하나.

"
자신만의 가설을 세워라. 소비자에게 기쁨을 주는 상품·서비스, 소비자의 고통을 줄여주는 상품·서비스를 내놓을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라. 그리고 검증을 해보라. 작은 규모로 시험 사업을 해볼 수도 있다. 나가는 현금보다 들어오는 현금이 많은지가 검증 기준이다."


③ 현금이 왕!

코미사씨는 
"이윤(profit)은 헛말이다. 회계사들이 장부에 적을 때나 필요한 것일 뿐이다"고 말했다. 기업의 목표는 이윤 극대화에 있다는 경제학 교과서와는 다른 이야기다.

"
현금(cash)이 왕이다. 제품 원료를 사오고 직원들 월급을 주려면 현금이 수중에 있어야 한다. 당장 현금이 없으면 회사가 돌아가지 않는다. 이윤이 없다고 회사가 문을 닫지는 않는다." 그가 말하는 현금은 운전자본(working capital)을 뜻한다.

플랜 B와 현금의 관계는.

"
성공하는 플랜 B가 되려면 외부 투자를 받지 않고 이자 부담을 지지 않는 현금을 많이 확보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외부 간섭과 이자비용 때문에 사업이 흔들릴 가능성이 크다."

현금 확보를 잘한 기업 사례는.

"
미국의 할인점 코스트코(Costco)를 보자. 회비를 내는 회원에게만 물건을 판다. 회원들이 내는 회비는 현금이다. 2006년 기준으로 보면 코스트코는 매장 한 곳당 평균 360만달러를 현금으로 깔고 영업할 수 있었다. 회원들은 회비를 낸 대가로 따로 요구하는 것도 없다. 그들은 경영에 간섭하지도 않고 이자를 달라고 하지도 않는다."

현금 확보가 주는 다른 장점은.

"
코스트코는 현금을 바탕으로 상품을 대량으로 구매할 수 있었기 때문에 고객들에게 싼값에 물건을 공급할 수 있었다. 경쟁사들을 손쉽게 물리칠 수 있었다."

 

④ 비용 제로(zero)에 도전하라

코미사씨는 
"성공한 기업들은 구두쇠인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그들은 비용 제로에 도전한다. 매출이 같다면 비용을 줄이는 수밖에 없다. 생산비용과 영업비용을 철저하게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비용 절감 때문에 서비스가 줄어들면 소비자가 떨어져 나간다는 걱정은 하지 마라. 소비자는 값이 싼 곳으로 몰리게 돼 있다."

영업비용을 가장 많이 줄인 기업은.

"
아일랜드의 저비용 항공사 라이언에어(RyanAir).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손님(2006~2010년 국제선 여객 수 기준)을 실어나른 항공사다. 


최근 라이언에어는 비행기에 3개씩 있는 화장실을 1개씩으로 줄이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화장실을 쓰는 승객에겐 1파운드를 받겠다는 방안을 내놓은 적도 있었다. 남들이 생각도 못하는 곳까지 눈길을 돌려서 한 푼이라도 아끼려는 자세가 돋보인다."

비용 제로는 과장된 표현 아닌가.

"
그렇지 않다. 온라인 경매업체 이베이(eBay)의 사례가 있다. 이베이는 업계의 후발업체였다. 원래는 선발업체인 온세일(OnSale)의 매출이 가장 많았다. 

온세일은 파는 사람에게서 물건을 사들여 하자가 없는지 검사한 뒤, 사는 사람에게 택배를 해주는 비즈니스 모델을 가지고 있었다. 소비자 입장에선 좋았다. 하지만 온세일엔 너무 큰 비용 부담이 됐다. 


이베이는 거의 아무것도 안 했다. 파는 사람과 사는 사람이 알아서 하도록 놔뒀다. 거래가 되면 수수료만 챙겼다. 결과는 매출 총이익으로 나타났다. 온세일의 총이익이 10%에 머물 때 이베이의 총이익은 80%를 넘었다."



⑤외부 투자는 더 적게, 더 늦게 받아라

"창업을 하려는 당신에게 투자할 사람들은 누구인가? 3F뿐이다. 가족(Family), 친구(Friend) 그리고 바보(Fool)…"라고 코미사씨가 말했다. "창업을 하면서 외부 투자는 되도록 적게 받아라. 그리고 되도록 늦게 받아라. 특히 플랜 A 단계에서는 외부 투자를 최소 규모로 줄여라. 그렇지 않으면 성공 확률이 높은 플랜 B를 마련하고도 투자를 받지 못해 사업을 중단하는 상황에 빠질 수 있다."

더 적게, 더 늦게 투자받으라는 이유는.

"
플랜 A는 거의 항상 실패한다고 말했다. 그 단계에서 가족, 친구의 돈을 빌렸다가 홀딱 망하면 어떻게 하나. 은행에 집을 저당잡히거나 신용카드로 대출을 받았다면 어떻게 갚을 건가. 벤처캐피탈의 자금을 받으면 지분을 건네줘야 한다. 당신이 성공했을 때에 당신의 몫이 그만큼 줄어든다."

더 적고, 더 늦은 투자로 성공한 사례는.

"
인터넷 무료 전화 스카이프(Skype)가 있다. 2003년부터 인터넷에 접속된 컴퓨터, 마이크와 스피커만 있으면 누구든지 무료로 통화할 수 있는 서비스를 내놨다. 플랜 A였다


3개월 만에 이용자가 260만명을 넘겼다. 사업성이 확인됐다. 이때까진 외부 투자를 받을 필요도 없었다. 자체 통신망을 마련할 필요가 없어서 사업비용이 거의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후 스카이프를 통해 컴퓨터와 전화를 연결할 수 있는 유료 서비스를 도입했다. 플랜 B. 이를 위해 외부 투자를 받았다. 이미 시장이 형성돼 있었던 탓에 당장 200만명이 유료 서비스를 이용했다. 창업자들은 26억달러를 받고 회사를 팔아 부자가 될 수 있었다." 


Posted by 탑스미네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