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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셀롯 씨가 기르는 거위가 알을 낳듯이 그가 보유한 어떤 자산들은 알을 낳는다. 보통 주식, 채권, 부동산은 알을 낳을 수 있는 자산이고 금이나 현금은 알을 낳지 않는 자산으로 친다. 이때 어떤 자산이 얼마나 많은 알을 낳는지 가늠하기 위한 숫자가 수익률(yield)이다.

수익률이라는 하나의 잣대

여러 가지 자산 가운데 어느 것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처럼 값진 것인지 알아보려면 수익률이라는 하나의 잣대가 필요하다.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투자자산인 채권 주식 부동산의 수익률에 관해 생각해보자.

먼저 채권 수익률을 살펴보자. 판도라금융이라는 회사가 발행한 3년 만기 채권 수익률이 5%라고 하자. 오셀롯 씨가 이 채권을 100만원어치 사서 3년 동안 갖고 있으면 이 채권의 가치는 3년 후 115만7625원으로 불어난다. [100(1+0.05)3=115.7625] 그 동안 받는 이자는 5% 수익률로 재투자하고 약속대로 원금을 돌려받는다면 그렇다. 오셀롯 씨의 거위가 알을 낳고 그 알에서 깨어난 새끼가 커서 또 알을 낳듯 채권 가치도 이자가 이자를 낳는복리계산(compounding)의 원리에 따라 불어난다.



채권의 수익은 이자가 이자를 낳은 복리계산의 원리에 따라 불어난다. <출처:NGD>

오셀롯 씨는 채권 만기수익률(yield to maturity)을 정확히 계산하는 법까지 익힐 필요는 없을 것이다. 다만, 모든 자산의 가치평가(valuation) 방식이 그러하듯이 채권의 현재가치(present value)는 앞으로 받을 이자와 만기 때 돌려받을 원금을 어떤 이율로 할인(discount)한 금액이라는 기본 원리는 알아둘 필요가 있다. 
판도라금융 채권의 만기수익률이 5%라는 말은 오셀롯 씨가 3년 동안 받을 이자와 원금의 현재가치가 이 채권의 현재 시장가격(100만원)과 같게 하는 할인율이 5%라는 뜻이다. [현재가치와 할인의 개념에 대해서는 '정글경제의 원리' 첫 번째 질문(시간의 값은 얼마인가)을 참조하기 바란다.]

이런 원리를 이해하면 채권 수익률과 채권 가격은 반대로 움직인다는 걸 알 수 있다. 시장 실세금리가 오를 때, 다시 말해 이자와 원금에 대한 할인율이 높아질 때 채권 값은 떨어지는 것이다. 또한 일반적으로 채권 만기가 길수록 투자자가 안아야 할 위험도 커지고 그만큼 수익률도 높다. (투자 자금을 회수하기 위해 불확실한 상황에서 오랫동안 기다려야 할 때 리스크가 커지는 것은 다른 자산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채권 수익률과 비교할 수 있는 주식의 수익률을 어떤 것일까? 아마존식품이 발행한 주식을 거위에 비유한다면 이 거위가 낳는 알은 무엇일까? 채권을 보유한 투자자들이 받는 이자처럼 주식을 보유한 투자자들의 통장에 들어오는 (직접적인) 수입은 배당금(dividend)이다. 아마존식품의 주가가 5만원이고 이 회사의 주당순익(earnings per share)이 3,500원, 배당금이 1,000원이라면 배당수익률(dividend yield)은 2%다. [1,000/50,000=0.02]

그러나 아마존식품이라는 거위가 낳는 알은 이 회사가 창출한 순익 가운데 실제 주주들에게 지급하는 배당금뿐만 아니라 회사 내에 유보하는 이익(잠재적인 배당금)까지 모두 합한 금액으로 볼 수 있다. 이는 거위가 낳은 알과 거위 뱃속에 밴 알을 합한 것과 같다.

이런 논리에 따르면 이 회사 주식의 내재적인 수익률은 7%라고 할 수 있다. [3,500/50,000=0.07] 이 수익률을 주식수익률(earnings yield)이라 부르기로 하자. 주식수익률은 오셀롯 씨도 익히 알고 있는 주가수익비율(Price-Earnings Ratio, PER)의 분자와 분모를 뒤집은 숫자다. (따라서 수익주가비율로 부를 수도 있겠다.)

주식 대 채권 이미지 1

PER은 배율이기 때문에 백분율인 채권 수익률과 비교할 수 없지만, 주식수익률은 채권 수익률과 직접 견줘볼 수 있다. 주식수익률의 개념에 대해 오해하지 말아야 할 게 있다. 주식수익률은 주식값이 오르내림에 따라 생기는 자본이득이나 손실(capital gain이나 capital loss)과는 무관하게 기업의 이익 창출로 생긴 주식의 내재적인 수익성을 보여주는 숫자다.

부동산 수익률도 같은 원리로 구해볼 수 있다. 오셀롯 씨가 투자한 정글아파트의 시가가 5억원이고 이 아파트의 전세금이 2억원이라 하자. 이 아파트를 거위에 비유한다면 전세금 2억원을 모두 이 거위가 낳는 알이라고 볼 수는 없다. 전세금은 계약기간이 끝나면 돌려줘야 할 돈이다. 실제로 오셀롯 씨가 손에 쥘 수 있는 수익은 전세금을 은행에 맡기고 받는 이자나 다른 자산에 투자해 얻는 배당금이다. 그 금리나 배당률이 4%라면 정글아파트 전세금에서 얻는 수익은 연간 800만원이 되고 정글아파트의 임대수익률은 1.6%에 지나지 않는 셈이다. [800/50,000=0.016]

주식-채권 수익률의 대역전은 왜 일어났을까?

다음 그래프는 지난 20년간 우리나라 증권시장에서 주식과 채권 수익률이 어떻게 오르내렸는지를 보여준다. [여기서 채권수익률은 신용등급이 AA인 3년 만기 무보증 회사채의 월평균 유통수익률이다. 주식수익률은 모건스탠리 캐피털 인터내셔널(MSCI)이 산출한 한국 주식시장의 가중평균 PER의 역수다. 이때 순익은 상장기업들의 지난 1년간 실적이 아니라 향후 1년간 순익에 대한 전문가들의 예상치(컨센서스)를 썼다.]

주식 대 채권 이미지 2

이 그래프는 지난 20년간 한국 경제와 자본시장의 역사를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2000년 초 주식수익률과 채권 수익률간 역전이 일어났다는 사실이다.

1990년대(1992년 1월~1999년 12월)에 회사채수익률은 월평균 13.1%였으나 2000년대(2000년 1월~2010년 8월)에는 1990년대의 절반 수준에도 못 미치는 6.0%로 낮아졌다. 반면 주식수익률은 1990년대 7.1%에 그쳤으나 2000년대 들어서는 11.5%로 높아졌다. 1990년대에는 주식수익률이 회사채수익률의 절반 수준이었다. 외환위기가 한껏 고조됐던 1997년 12월에는 회사채수익률과 주식수익률 사이의 격차가 18.1%포인트까지 벌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2000년대에는 거꾸로 회사채수익률이 주식수익률의 절반 수준이었다. 2003년 3월과 2004년 7월에는 주식수익률이 회사채수익률을 11.4%포인트나 웃돌았다.

주식 대 채권 이미지 3

정글경제를 탐사하는 이들은 이 하나의 그래프를 보면서 수많은 물음을 던질 수 있다. 무엇 때문에 주식과 채권 수익률간 이처럼 뚜렷한 역전이 일어났을까? 이 물음에 한마디로 답할 수는 없을 것이다. 주식과 채권 값에 영향을 미치는 경기와 물가, 통화정책, 해외 금리와 금융시장 개방, 주식과 채권 수급상황, 금융시스템 불안요인을 비롯한 여러 측면에서 설명이 가능하다.

2000년대 주식수익률이 채권수익률을 웃도는 것은 정상적인가? 그렇다면 채권이 주식보다 훨씬 높은 수익률을 기록한 1990년대는 비정상적인 시기였을까? 1990년대 투자자들은 왜 그토록 낮은 수익률에도 불구하고 주식시장에 몰렸을까? 이에 대한 정밀한 실증연구까지 하지는 않더라도 지금까지 논의한 정글경제의 원리를 갖고 이론적인 사고훈련을 해볼 수는 있겠다.

일반적으로 주식은 채권보다 리스크가 높은 자산으로 여겨진다. 채권을 가진 이들은 언제 얼마의 이자를 받을지 확실히 알 수 있다. 또한 만기가 되면 원금을 돌려받을 수 있다. 이에 비해 주식 보유자들은 언제 얼마의 배당을 받을 수 있을지 확실히 알 수 없다. 상환 만기가 없는 주식은 시장에 팔아야 투자 원금을 회수할 수 있다. 기업이 쓰러져 빚잔치를 하게 되면 먼저 채권자들이 자기 몫을 챙겨간 후에 남는 게 있어야 주주들이 그걸 나눠 가질 수 있다. 이처럼 채권 투자자들보다 많은 위험부담을 안는 주식 투자자들은 채권보다 더 높은 수익률을 요구할 것이다.

1990년대에는 2000년대보다 인플레이션(inflation)이 심했다. 1990년부터 10년 동안 소비자물가지수(CPI)는 75.2% 뛰었다. 이에 비해 2000년부터 10년간 물가상승률은 35.9%에 그쳤다. 인플레이션이 심할수록 채권 투자자들은 실질가치 보전을 위해 더 높은 수익률을 요구할 것이다.

또한 1990년대에는 2000년대보다 한국 경제의 성장률이 높았다. 1990년대 10년 새 명목국내총생산(nominal GDP)은 246% 늘어났지만 2000년대 10년 동안에는 93% 증가하는 데 그쳤다. 경제가 빠르게 성장할수록 기업 이익도 급속히 늘어날 것이다. 기업 이익이 급속히 늘어날 것으로 기대되면 주식의 매력도 커진다. 주식에 대한 투자 수요가 늘어나 주가가 오르면 주식수익률(주당순익/주가)은 떨어진다.

1990년대처럼 경제가 빠르게 성장하는 시기에는 기업의 투자 수요도 늘어나고 투자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한 채권 발행도 늘어날 것이다. 다른 자산과 마찬가지로 채권도 수요에 비해 공급이 많으면 값은 떨어진다(채권수익률이 오른다). 대체로 1990년대는 2000년대보다 한국 경제의 성장잠재력에 대한 기대도 높았고 안정적인 수익을 안겨주는 채권보다 리스크가 큰 주식에 대한 선호가 강한 시기였다고 볼 수 있다. (리스크에 대한 투자자들의 선호가 너무 강해 주식시장에 투기적 거품이 일었다고 보는 이들도 많다.)

거위를 팔까 알을 팔까

각종 자산의 수익률은 늘 주먹구구 셈법에 만족하는 오셀롯 씨가 투자 결정을 하는 데 유용한 잣대가 될 수 있다. 물론 수익률뿐만 아니라 자산마다 다른 리스크 구조를 잘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금까지 살펴본 주식과 채권, 부동산 수익률은 자본이득(시세차익)을 뜻하는 게 아니라는 것도 기억해야 한다. 오셀롯 씨는 거위의 알을 팔 수도 있고 거위를 팔 수도 있다. 자산의 수익률을 따져보는 것은 거위가 얼마나 굵고 좋은 알을 거르지 않고 낳을 것인지를 따져보는 것과 같다. 이에 비해 거위의 몸값이 얼마나 오를 지 생각하는 것은 자산의 시세차익을 겨냥한 베팅과 같다. 거위의 몸값이 얼마가 될지는 알 수 없으므로 이는 매우 투기적(speculative)인 베팅이다.

오셀롯 씨가 채권이나 주식의 수익률과 리스크 구조에 대해 제대로 이해했다면 여러 모로 창의적인 응용을 해볼 수 있을 것이다. 예컨대 포도밭을 늘리고 싶은 오셀롯 씨는 친구들에게 현금 대신 와인을 이자로 주는 채권을 발행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 채권을 사는 이들은 해마다 와인의 품질이 달라지는 데 따르는 리스크를 안아야 한다. 오셀롯 씨는 더 많은 거위를 기르기 위해 현금 대신 거위가 낳는 알을 이자로 주는 채권을 발행할 수도 있다. 황금 알을 낳지는 않더라도 이자로 주고도 남을 만큼 충분히 많은 알을 낳도록 기를 수 있다면 수지맞는 장사가 될 것이다.

장경덕 이미지
장경덕 | 매일경제신문 논설위원
1988년 매일경제 기자로 정글경제 탐사를 시작했다. 금융과 투자의 개념과 원리를 쉽게 이해하도록 돕는 글을 쓰려 한다.


Posted by 탑스미네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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