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재테크] 공부하고 발품 팔면 수익률 200% 이상

[나무 재테크] '쑥쑥 큰다'  공부하고 발품 팔면 수익률 200% 이상

전문가 인터뷰 조경 토털 정보 카페 ‘엘티’ 전강옥 회장

1만7000여 명의 회원이 활동 중인 ‘엘티'는 나무 마니아들이 즐겨 찾는 인터넷 커뮤니티다. 5년 전 이 카페를 오픈한 전강옥 회장은 10년 전 조경수 재배를 시작해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친 현장형 전문가다. 

현재는 조경수 재배와 유통을 위한 ‘나무 생산자 유통 영농조합법인’과 소나무 전용 비료를 비롯해 맞춤형 수목 전용 비료를 생산하는 유한회사 ‘솔왕바이오’를 운영하며 그간 몸으로 체득한 정보를 아낌없이 나눠주고 있다. 

이유는 하나다. 나무가 돈이 된다는 얘기가 퍼지면서 무조건 하기만 하면 다 돈을 벌 수 있다는 것처럼 오해하는 이들이 많기 때문이다. 

전 회장은 “10년 전 내가 나무 사업을 시작했을 때만 해도 나무가 있기만 하면 고가에 팔릴 때였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며 “나무 사업이 분명 수익성이 좋은 재테크이고 전망이 밝은 것도 사

실이지만 정확한 정보와 확실한 공부 없이 허황된 마음으로 시작했다가는 낭패를 보기 십상”이라고 강조했다. 

전강옥 회장은 나무 재배 사업은 물론 재배법 등과 관련한 강의를 하며 회원들과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나무 재테크에 관심 있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추세는 어떻습니까.

실제로 증가 일로입니다. 이미 시작하신 분도 많지만 준비하는 분들도 많습니다. 정년퇴직을 앞두고 평생 할 일을 찾다가 나무 사업을 알게 돼 뛰어든 경우가 많지요. 

나무 사업은 일찍 시작할수록 좋다고 하는데 시기의 문제라기보다 어떻게 하느냐의 문제가 더 중요합니다. 우리 회원 중 74세에 나무를 키우겠다고 연합 모임에 오신 분이 있는데 79세인 지금도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나무 재테크의 장단점은 무엇인가요.

장점은 앞날을 알 수 없는 다른 투자와 달리 시작해 놓으면 해마다 나무가 큰다는 사실입니다. 근원 직경 2.3cm에서 15cm 이상이 되는 데 5년 정도 걸리는데, 가격으로 보면 1만 원에서 20만~25만 원이 되는 셈이니 잘만 하면 확실한 재테크인 거죠. 그러나 잘못 키우면 시간 낭비, 돈 낭비라는 게 단점이죠. 수형이 나쁜 나무는 공짜로 준다고 해도 아무도 가져가지 않는다는 걸 명심해야 합니다. 

나무는 실패 확률이 낮고 손이 덜 가고 적은 돈으로도 가능하다고 하는데 어떻습니까. 

나무에 대한 사람들의 몇 가지 오해가 있습니다. 가장 큰 오해는 심어만 놓으면 다 돈이 된다는 겁니다. 그런 말에 속아 나무 사업을 시작하면 실패할 확률이 높죠. 전문적 지식까지는 아니더라도 팔리는 수형이 무엇인지, 몇 년을 키워 얼마 크기의 나무를 생산할 수 있는지 등을 철저히 알아보고 시작해야 합니다. 

나무 묘목을 파는 사람들의 컨설팅으로 식재하는 분들이 100% 실패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5년간 나무를 키우려면 최소 얼마간의 재식거리를 두어야 하는데, 묘목을 파는 사람들은 지나치게 밀식하는 형태로 팝니다. 그러면 나무의 근원경(나무 맨 밑부분의 둘레)이 크지 않고 키만 자라 수형이 망가져 버리죠. 또한 누구나 할 수 있고 적은 돈으로 가능하다는 것도 속내를 잘 살펴봐야 합니다.
 
나무는 심는 것으로 끝나는 게 아닙니다. 해마다 비료도 주어야 하고 제초 작업도 해야 하고 전지 작업도 중요합니다. 나무는 심는 돈보다 유지 관리하는 돈이 더 많이 들고요. 물론 1~2년생의 어린 묘목을 식재하는 것보다 초기 비용이 좀 더 들더라도 3~4년생 묘목을 심어주고 비싸더라도 한 번 주면 1년씩 가는 비료를 선택하면 상대적으로 손이 덜 가긴 합니다. 

그렇다면 초기 비용은 어느 정도 필요한가요. 

가로수를 기준으로 최소 500주 정도로 시작하는 게 좋습니다. 밭에 드는 경비와 시간을 따져봤을 때 그 정도는 심어야 경제성이 있기 때문이죠. 보통 왕벚나무 2cm 묘목이 주당 3000~5000원 하는데 여기에 지지대 가격(2000~3000원), 퇴비와 비료 식재비 등을 합하면 주당 2만 원 정도 듭니다. 

땅은 5㎡(1.5평)당 1주를 심으니 2644㎡(800평) 정도가 필요하죠. 잘 키우는 분은 식재 후 4년이면 15cm 성목을 출하하는데 주당 약 20만 원 상당으로 팔리니 1억 원인 셈입니다. 9000만 원 차이가 나죠. 

보통 초보자들은 이렇게 계산하는데 사실 이렇게 계산하면 안 됩니다. 4년간의 관리비용이 빠졌죠. 4년간 다시 2000만 원 정도의 투자비가 들어가는데, 그걸 빼더라도 많이 남는 건 틀림없지요. 

전업으로 하거나 투잡으로 하는 등 나무 재테크를 하는 형태도 다양하던데요. 

나무 재테크에는 묘목 생산과 성목 생산이 있습니다. 묘목 생산을 전업으로 해야 하고 성목 생산은 투잡으로도 얼마든지 할 수 있습니다. 간단히 말하자면 묘목 생산은 매일 밭에 가야 하고 성목은 1년에 몇 차례만 가도 되기 때문입니다. 전업과 투잡 외에도 공동 생산, 공동 판매를 하는 영농조합법인 형태가 있고 작목반(동일한 작물을 재배하는 5인 이상의 모임) 형태 등 방법이 많습니다. 

나무 재테크는 단기적이 아닌 장기적 시각으로 시작해야 한다고 하는데요.

재배에서 출하까지 보통 5년 정도의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장기적’인 재테크 수단에 가깝지만 두 가지 다 가능합니다. 잘 키워 놓은 나무를 금전상의 이유로 팔 때도 있는데 그때 물건을 매입해 재테크를 한다면 단기로도 얼마든지 가능하죠. 장기로 한다면 수익률이 200% 이상이니 확실한 재테크인 셈이고요. 단기와 장기를 병행해 그에 알맞은 수종을 다양하게 심는다면 꾸준히 돈을 벌 수 있겠죠. 다만 단기든 장기든 모두 나무를 보는 안목이 있어야 가능하고 그 안목은 공부를 통해 키울 수 있습니다. 

어떤 공부를 어떻게 해야 하나요.

유망한 조경수를 선택하는 문제부터 선택한 나무의 성질, 제초 방법, 시비(거름주기) 방법, 현재 잘 팔리는 수형 등은 기본으로 알고 시작해야 하는데, 일단 나무부터 심고 보자는 분들은 시행착오를 많이 겪어요. 그렇게 몇 년 시행착오를 거치다 보면 수천만 원의 비용이 그냥 드는 겁니다. 

우리 인터넷 카페에 보면 엄청난 자료와 관련 사례들이 올라와 있어요. 저 역시 처음 나무 사업을 시작했을 때 궁금한 것이 많은데 아무도 알려주지 않아 답답했던 경험이 있어 사소한 정보까지 다 공유하고 있습니다. 동호회 활동을 하는 것도 좋은 공부입니다. 실제 나무를 키워 본 분들에게서 얻는 정보는 살아 있는 정보죠. 열심히 공부하고 발품을 많이 팔아 좋은 컨설팅을 받는다면 실패 없는 나무 재테크를 할 수 있을 겁니다. 

나무 관련 산업의 전망은 어떻습니까. 

우리나라 조경 시장 규모를 연간 5조 원 정도로 추정하는데 전국 토목공사의 10%가 조경으로 잡히니 그 이상일 때도 많습니다. 다만 조경수 산업은 건설 경기와 관련이 많은데 지금은 건설 경기 전반이 좋지 않아 조경수 시장도 위축돼 있는 편이에요. 하지만 근원경 15cm 이상인 성목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괴현상이 생기고 있습니다. 1만 원짜리 묘목을 심어 5년을 정상적으로 키우면 성목이 되니 비전은 아주 좋습니다. 더 멀리 보면 조경 관련

산업은 미래 유망 산업이고, 그에 따라 나무(조경수)의 가치도 갈수록 올라갈 겁니다. 

한동안 소나무가 유행했었죠. 나무 재테크에도 트렌드가 있다는데 어떤 걸 심어야 할까요. 

신품종과 가로수를 들 수 있습니다. 신품종으로는 요즘 컬러 조경이 대세입니다. 국내 도로변 화단이 빨강·노랑 등이 어우러져 1년 내내 감상하는 수종으로 변화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습니다. 철쭉은 너무 짧아요. 되도록 장기적으로 감상할 수 있는 수종이 앞으로도 대세를 이룰 겁니다. 최근 조달청 가격에 올라 있는 황금사철 등이 대표적 수종이죠. 가로수는 대도시의 열과 공기를 정화하는 수종이 대세라고 보면 됩니다. 

주로 느티나무와 참나무 등이죠. 대부분의 가로수는 미적인 것보다 기능성에 역점을 두고 설계하는데 앞으로는 기능은 기본이고 여기에 꽃과 향기까지 어우러진 수종들이 인기를 끌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가로수는 꼭 국내 자생종만 고집할 때가 있는데 그럴 필요가 없지요. 

미국은 전 세계적으로 수많은 수종을 모아 자국에 식재합니다. 대표적인 나무가 중국 원산의 메타세쿼이아입니다. 보통은 미국 원산으로 알고 있지요. 우리도 국내 기후와 정서만 맞는다면 정말 좋은 외래 수종도 가로수로 식재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우리나라의 가로수는 약간의 차이가 있을 뿐 도시마다 비슷해 다양성이 없어요. 

끝으로 나무 재테크에 성공하고 싶다면 꼭 명심해야 할 점들은 무엇인가요. 

다른 사람의 이야기만 듣고 무작정 시작하는 분은 절대로 나무 재테크를 하면 안 됩니다. 100% 실패가 보이니까요. 모든 일이 그렇지만 나무 재테크도 노력하는 사람만이 성공할 수 있습니다. 나무에 대한 정보를 스스로 취득하고 천리 길이라도 발품을 팔 수 있는 의지와 열정을 가진 사람이라야 합니다. 

조금 알았다고 해서 자만에 빠지는 것도 금물입니다. 주변에 보면 나무에 대해 조금 알면서 마치 다 아는 것처럼 시작했다가 낭패를 당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항상 정보를 취하는 낮은 자세를 가져야 합니다. 그뿐만 아니라 나무는 유행을 많이 탑니다. 유행을 비켜가도 망하지만 너무 앞서가도 수요가 없어 망하기 쉽습니다. 나무 사업을 하는 분들과 항상 만나면서 정보를 공유하고 트렌드를 읽는 시각을 기르는 것도 중요합니다. 

박진영 기자 bluepjy@hankyung.com